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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리/은행저금식 교육과 문제제기식 교육/ 해방적 교육

by 간단히 2025. 5. 23.

파울로 프레이리는 억압받는 사람들의 해방을 위한 교육철학을 제시한 대표적 교육사상가입니다. 그는 전통적인 주입식 교육을 ‘은행저금식 교육’이라 비판하며, 교육은 학습자의 비판의식을 자극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실천적 과정이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프레이리의 ‘문제제기식 교육’은 학생의 주체성을 회복하고 대화를 통해 지식과 현실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합니다. 이 글에서는 프레이리의 철학적 배경, 핵심 개념, 그리고 현대 교육에의 적용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프레이리의 교육이론

프레이리의 교육철학

파울로 프레이리는 브라질의 정치적 억압과 빈곤 속에서 성장하며, 교육이 어떻게 사회 불평등을 재생산하는지 비판적으로 성찰하였습니다. 그는 문해교육 운동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글을 가르치면서, 교육이 단순한 문자 해득이 아니라 현실을 인식하고 변화시키는 도구임을 체감하였습니다. 그의 철학적 토대는 마르크스주의의 구조 비판과 기독교 인본주의의 해방 신학에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인간을 세계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끊임없이 ‘되기(becoming)’하는 존재로 본 그는, 교육을 통해 인간이 스스로 세계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며 능동적 존재로 성장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프레이리에게 있어서 교육은 인간을 해방시키는 실천이며, 이는 단순한 교과지식 전달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억압받는 이들이 자신의 억압 상태를 자각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실천적 힘을 갖추는 것이 교육의 핵심이라는 그의 관점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수많은 현실 실천을 통해 구체화된 사상입니다. 이처럼 프레이리의 교육학은 인간의 존재론과 사회 구조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바탕으로 하며, 교육을 인간 해방의 핵심 기제로 이해합니다. 그는 학습자가 지식의 수동적 수용자가 아닌, 현실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그 의미를 재구성하는 능동적 주체로서의 지위를 되찾아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의 교육학은 인간의 의식과 실천을 분리하지 않고, 교육을 통해 개인이 역사적 맥락 속에서 사회를 이해하고 변혁할 수 있는 존재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교육철학은 프레이리가 교육을 단지 개인의 능력 향상을 위한 수단으로 보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그는 교육을 통해 인간이 자신이 처한 사회적 조건을 인식하고, 그 조건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참된 배움이라 보았습니다. 특히 그는 억압받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이해하는 것’과 ‘변화시키는 것’ 사이에는 본질적인 연결고리가 있다고 보았으며, 교육은 이 둘을 매개하는 실천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은행저금식 교육’의 비판과 ‘문제제기식 교육’의 대안

프레이리는 기존의 전통적 교육 방식이 학습자의 비판 능력을 억압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도구로 작용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이를 ‘은행저금식 교육’이라 명명하며, 교사가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학생은 이를 암기하고 수용하는 방식이 학습자의 주체성과 창의성을 억제한다고 비판하였습니다. 이 교육 방식은 인간을 수동적 존재로 만들며, 지식을 사회 변화의 수단이 아닌 단순한 정보로 축소시킵니다. 프레이리는 이에 대응하여 ‘문제제기식 교육’을 제안하였습니다. 문제제기식 교육은 학습자의 일상과 사회 현실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중심으로 수업을 구성하며, 교사와 학생이 수평적 관계 속에서 함께 사고하고 대화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교사는 지식의 유일한 소유자가 아닌, 학습의 동반자이며, 학생은 지식을 구성하고 재구성하는 능동적 존재입니다.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핵심 기법이 ‘의식화’입니다. 의식화는 학습자가 자신의 삶과 사회를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억압 구조를 이해하며, 이를 변화시키기 위한 실천을 구상하는 사고의 진전 단계를 말합니다. 이를 통해 교육은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 사회적 현실을 이해하고 해석하며, 궁극적으로 그것을 변화시키려는 실천적 행위로 전환됩니다. 프레이리의 이론에서 언어는 단순한 전달 수단이 아니라 존재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서, 학습자와의 대화를 통해 의미를 생성하고 사고를 확장시켜 나가는 도구입니다. 이처럼 문제제기식 교육은 지식 습득을 넘어서 삶의 의미를 묻고, 스스로를 사회의 주체로 인식하게 만드는 해방적 교육 철학의 실천적 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교육을 단지 기술 습득이나 정보 암기의 영역을 넘어,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해방의 도구로 이해하게 만듭니다. 프레이리의 사상은 교육이 인간 존엄성과 사회정의를 지향할 때 비로소 본연의 기능을 다할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합니다.

해방적 교육 모델

오늘날 프레이리의 교육철학은 세계 여러 나라의 민주시민교육, 인권교육, 다문화교육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사회적 약자, 이민자, 장애인 등 다양한 소수집단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는 프레이리의 ‘해방적 교육’ 모델이 교육 실천의 토대가 됩니다. 현대 사회는 기술 중심의 교육, 성취 중심의 평가 체제, 표준화된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를 제한하고, 학교를 다시금 ‘은행저금식 교육’의 장으로 만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프레이리의 교육관은 새로운 생명력을 얻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기반 학습, 비판적 문해교육, 사회참여형 교육 등은 학습자가 자신의 삶과 사회 현실을 스스로 탐구하고,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하게 만드는 실천적 교육 방식입니다. 또한 교사의 역할도 단순한 전달자가 아닌 촉진자, 협력자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교사는 학습자가 현실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통해 사고를 유도하며, 학습자가 자신의 언어로 세계를 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프레이리는 교육이 중립적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모든 교육은 특정한 가치, 특정한 세계관을 내포하며, 따라서 교육자는 자신의 실천이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있는지를 항상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늘날 학교 교육에서 이 같은 철학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의 유연성, 수업의 대화성, 교사의 정치적 민감성과 전문성이 요구됩니다. 프레이리의 이론은 단지 개발도상국의 문해교육 모델이 아니라, 인간 해방과 사회 정의를 지향하는 보편적 교육철학으로서, 오늘날 더욱 필요한 실천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