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목적
교육은 왜 이루어지는가, 어떤 목적을 추구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러한 교육 목적을 탐구하는 교육학은 어떤 학문적 성격을 지니는가에 대한 논의들을 살펴보겠습니다. 교육의 목적과 교육학의 성격은 교육 개념과 분리된 것이 아닙니다. 인간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는 특정한 관점을 통해 해석합니다. 교육의 개념은 총체적인 세계를 교육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안경’과 같습니다. 따라서 교육의 목적과 교육학의 성격은 교육 개념과 필연적으로 연관될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의 목적은 크게 내재적 목적과 외재적 목적으로 나뉩니다. 내재적 목적은 교육의 개념과 논리적으로 연결된 목적이며, 외재적 목적은 교육이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또한, 교육학의 성격도 본래의 교육 개념을 명확히 드러내는 학문으로 정립될 수도 있고, 타 학문과의 관계 속에서 변화해 온 학문으로 이해될 수도 있습니다.
현재 한국 교육계에서는 교육의 목적과 교육학의 성격이 본래적 의미에서 많이 이탈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교육의 본질적 목적과 교육학의 원형을 재정립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교육이 인간과 사회의 더 나은 삶을 실현하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내재적 목적만을 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따라서 교육은 정치, 경제, 종교 등의 요소와도 연관될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학 또한 본래적 성격을 유지해야 하지만, 인접 학문의 유용성을 배제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음으로, 교육의 내재적 목적과 외재적 목적을 교육 개념과의 관련성 속에서 분석하고, 교육학의 학문적 성격과 정체성에 대한 논의를 살펴보겠습니다. 이는 현행 교육과 교육학의 전반적인 방향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기초가 될 것입니다.
교육의 내재적 목적
교육의 내재적 목적이란 교육이 다른 것의 수단이 아니라, 교육 자체가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목적을 의미합니다. 즉, 교육의 개념이나 교육 활동 속에 본래적으로 내재된 목적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교육의 목적을 “합리적 사고 능력의 계발”이라고 할 때, 교육과 합리적 사고 계발 사이에는 논리적 관계가 성립합니다. 합리적 사고 능력의 계발은 교육 개념의 한 부분이며, 교육 활동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내재적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피터스는 교육의 목적이란 교육 개념을 실현하는 것 외에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즉, 교육은 본질적으로 규범적, 인지적, 과정적 준거를 실현하는 활동이며, 이를 통해 ‘자유인’을 양성하는 것이 교육의 본질적 목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자유인을 기르는 교육은 바로 자유교육으로, 교육 개념이 내포하는 목적을 충실히 실현하는 것입니다.
교육의 내재적 목적을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교육이 본래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됩니다. 따라서 교육자는 가르치는 내용의 의미를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내재적 목적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요소로는 합리성의 발달, 지식의 형식 추구, 자율성 신장 등이 있습니다.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교육 외부의 요소를 끌어들이기보다는 교육 본연의 목적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교육의 외재적 목적
교육의 외재적 목적이란 교육이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이 경우 교육과 그 목적 사이에는 수단-목적 관계가 성립하거나, 교육이 어떤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수행됩니다. 예를 들어, 교육의 목적이 ‘국가 발전’이라고 한다면, 교육은 국가 발전을 위한 수단으로 기능하게 됩니다.
교육과 국가 발전은 개념적으로 별개의 것이지만, 경험적으로는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즉, 교육의 개념 속에 국가 발전이라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실제로 교육이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따라서 교육을 국가 발전의 도구로 보는 관점에서는 교육의 외재적 목적이 강조됩니다.
외재적 목적을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교육이 사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따라서 교육은 사회적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하며, 교사는 사회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교육의 외재적 목적으로 흔히 거론되는 요소로는 경제 성장, 사회 통합, 직업 준비, 생계 유지, 출세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교육이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교육학의 학문적 성격
교육학은 헤르바르트가 『일반교육학』(1806)을 출판하면서 본격적으로 학문으로 정립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는 교육학이 윤리학과 심리학에 기초한 학문이며, 교육 목적론은 윤리학에서, 교육 방법론은 심리학에서 도출된다고 보았습니다. 이후 교육학의 성격을 정립하려는 논의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교육학의 성격에 대한 본격적인 논쟁은 영국의 오코너와 허스트의 논쟁에서 두드러집니다. 오코너는 교육학이 자연과학과 같은 엄밀한 학문이 될 수 없다고 보았으며, 교육 이론은 과학적 이론 체계를 갖추지 못한 채 예우상의 칭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허스트는 교육학이 과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형이상학적 신념, 도덕, 종교 등의 가치 판단을 포함하며, 교육 실제를 정당화하는 학문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는 교육학이 독자적인 학문으로서의 성격을 지닌다고 강조했습니다.
교육학의 패러다임 논쟁
1980년대 이후, 교육학의 성격 논쟁은 교육학의 패러다임 논쟁으로 발전했습니다. 이돈희는 교육학이 과학적 패러다임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교육 현상의 이해와 설명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반해 기술공학적 패러다임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교육학이 실용적 지침을 제공하는 학문이 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현재까지의 논의에서 교육학의 과학적 성격을 강조하는 입장이 상대적으로 우세합니다. 다만, 교육학이 과학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두 가지 차원이 존재합니다. 하나는 방법론적 측면에서의 과학성이며, 다른 하나는 학문의 체계성과 엄밀성 측면에서의 과학성입니다. 교육학이 학문으로서 엄밀한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는 점은 비교적 타당하지만, 교육학이 자연과학과 같은 방법론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에는 논란이 있습니다.
교육학이 지나치게 과학적 방법론을 따를 경우, 교육의 본질적 개념이 희석될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교육학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타 학문의 방법론을 적절히 수용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