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론적 관점에서 연구한 교육의 효과에 대한 논의는 교육이 단순한 개인의 능력 향상이나 사회적 이동의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하거나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교육은 특정 사회계층이 기존의 특권을 유지하고, 반대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계층이 구조적으로 불이익을 당하도록 만드는 사회적 기제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갈등론적 관점에서 교육의 효과를 분석한 주요 연구로는 연줄모형과 노동시장 분단론이 있으며, 이들은 각각 사회적 자본과 노동시장 구조가 교육의 효과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합니다.
1. 연줄모형
연줄모형은 스탠튼-살라자(Stanton-Salazar)와 돈부쉬(Dornbusch, 1995)의 연구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개념을 활용하여 학생들의 학업 및 직업적 성취가 사회적 관계망에 의해 결정될 수 있음을 설명합니다. 사회적 자본은 개인이 제도적 권위를 가진 인물(예: 교사, 상담 교사, 상류층 친구 등)과 맺는 관계를 통해 유용한 정보나 지원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관계가 학생들의 학업 성취와 직업적 목표 설정에 있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연줄모형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명제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첫째, 사회적 자본의 획득과 축적은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달라집니다. 즉, 부유한 가정의 학생일수록 더 많은 사회적 자본을 축적할 가능성이 큽니다.
둘째, 사회적 자본의 수준은 문화적 자본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계층의 학생들은 언어적 표현 능력이나 상류층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제도적 권위자와의 관계를 보다 효과적으로 형성할 수 있습니다.
셋째,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생일수록 더 많은 사회적 자본을 보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는 학생이 교사나 상담 교사와의 긍정적인 관계를 지속적으로 구축하기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넷째, 교육 및 직업에 대한 높은 포부를 가진 학생일수록 더 많은 사회적 자본을 지니게 됩니다. 이는 학업 및 직업적 목표가 높은 학생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제도적 권위자와의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연줄모형은 학생들의 학업 성취가 단순히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만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형성된 사회적 자본의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연구는 사회적 자본이 직업 성취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학교 내에서 형성되는 사회적 자본의 역할에 집중하여,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적 관계(예: 부모의 네트워크, 지역사회의 지원 등)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한계를 지닙니다.
2. 노동시장 분단론
노동시장 분단론은 솔젠버그(Solzenberg, 1978)의 연구로, 교육이 직업 성취에 미치는 영향이 모든 개인에게 동일하지 않으며, 노동시장이 동질적인 구조가 아니라 여러 계층으로 분화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 이론은 기능주의적 관점에서 주장하는 ‘동질적이고 경쟁적인 노동시장’이라는 가설을 반박하며, 실제로 노동시장은 다양한 계층으로 분화되어 있으며, 이러한 구조적 요인이 교육의 경제적 효과를 결정한다고 봅니다. 노동시장 분단론에 따르면, 교육이 개인의 임금 수준이나 직업적 성취에 미치는 영향은 노동시장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즉, 동일한 교육 수준을 갖춘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들이 속한 노동시장 구조에 따라 임금, 사회적 대우, 승진 기회 등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이론은 노동시장을 여러 개의 분리된 영역으로 구분합니다. 예를 들어, 대기업과 공공 부문은 안정적인 고임금 노동시장에 속하지만,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노동시장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환경을 특징으로 합니다. 또한, 산업 부문, 기업 조직의 규모,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예: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의 요소가 교육의 효과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노동시장 분단론은 교육과 임금의 관계가 단순한 능력주의적 경쟁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계급, 성별, 인종 등과 같은 사회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 사회에서는 계급에 따른 교육 투자 수익률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자본 계급이나 화이트칼라 노동계급 출신자는 교육 수준이 높아질수록 높은 소득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노동계급 출신자는 교육 수준이 상승하더라도 경제적 보상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신중산계급’의 경우 교육 수준이 한 단계 상승할 때마다 급격한 소득 증가를 경험하는 반면, ‘노동계급’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거의 없거나 매우 미미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교육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배경에 따라 그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연구들은 교육이 단순히 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와 노동시장 체계 속에서 작동하는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즉, 교육을 통한 사회적 이동이 가능하다는 기능론적 주장과 달리, 갈등론적 관점에서는 교육이 오히려 기존의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재생산하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3. 기능론적 연구와 갈등론적 연구의 비교
교육의 효과에 대한 기능론적 연구와 갈등론적 연구는 교육과 사회적 이동의 관계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공통점을 가지지만, 그 해석 방식에서는 중요한 차이를 보입니다.
1)공통점
두 연구 모두 교육이 개인의 사회적 지위와 직업 성취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기능론과 갈등론 모두 교육을 통해 사람들이 직업적 성공을 추구하고 사회 내 위치를 개선하려 한다고 보며, 교육이 사회경제적 배경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합니다.
2)차이점
기능론적 연구는 교육을 개인의 능력과 성취를 반영하는 도구로 간주하며, 교육이 사회적 계층 간 이동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갈등론적 연구는 교육이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하거나 재생산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며, 사회적 자본과 노동시장의 구조적 요인이 교육의 효과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라고 강조합니다.
3.교육사회학적 의의
기능론적 연구는 교육을 사회적 이동의 중요한 도구로 이해하는 반면, 갈등론적 연구는 교육이 기존의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연구들은 교육이 단순히 능력주의적 시스템이 아니라, 사회적 배경과 구조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 사회적 제도임을 시사하며, 교육 정책이 보다 공정하고 평등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구조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